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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 여행기 <남도 봄 나들이 섬진강 백리 벚꽃길>

작성일 :
2019-04-26

HOT Place 남도 봄 나들이 섬진강 백리 벚꽃길

섬진강은 진안, 임실, 순창, 구례, 하동 등 우리나라에 얼마 남지 않은 청정지역을 지나는 강이다. 진안고원의 계곡물들을 모아 강의 형태를 이루며 내리다가 남원 요천과 합수하고 보성강과 만나면서 강은 비로소 큰 물줄기가 된다. 강은 경사 깊은 지리산 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다가 광양에 이르러 남해와 하나가 된다. 섬진강의 ‘섬진(蟾津)’이란 이름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두꺼비나루’가 된다. 실제 섬진강에는 두꺼비에 대한 전설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蟾(두꺼비 섬)’ 자를 ‘두꺼비’로 해석하기보다는 섬광(蟾光), 섬백(蟾魄) 등에 쓰이는 ‘달’로 해석하는 게 섬진강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깊은 밤 계곡 위로 떠오르는 달과 달 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섬진강변에서 만나게 되면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여수바다

섬진강, 그 오백여리 벚꽃 길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에서 시작하는 섬진강은 소백산맥 산허리를 따라 오백여 리 흘러내려 광양만에서 바다와 만납니다. 켜켜이 얽힌 진안고원 산골짝 물줄기들이 내로 모이면서 진안 경계지를 벗어날 때쯤에는 비로소 강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강은 오백여 리를 흘러내리며 아름다운 풍광뿐만 아니라 강변마다 사람들에게 터전을 내어주고 그 사람들과 어울리며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동안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사연과 곡절이 있습니다. 저 역시 유년의 시절 십여 년을 섬진강변에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아련함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강은 늘 그리움의 대상으로 제 안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순례하듯 해마다 섬진강을 찾아오곤 합니다. 이번 여행길은 남해를 거쳐 하동을 지나 구례로 가는 19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 건너 광양매화마을에는 이미 꽃이 지고 새순이 돋는 듯 옅은 푸르름이 산기슭을 감싸고 있습니다.

시리도록 눈부신 꽃들의 향연

  4월 섬진강 백여 리 벚꽃길은 하동에서 구례로 강을 거슬러 오르든, 구례에서 하동으로 강물 따라 내려오든 상관없습니다. 19번 국도를 따라 어느 방향으로 가든 이곳에서는 눈 부시도록 찬연한 봄날과 봄꽃을 맞이하게 됩니다. 섬진강 벚꽃길은 두 차례 장관을 이룹니다. 하나는 꽃이 만개했을 때 끊임없이 이어지는 꽃터널이 그렇고, 다른 하나는 바람에 함박눈처럼 꽃잎 날리는 때가 그렇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해 만개하면 이 길은 해마다 몸살을 앓습니다. 쌍계사 가는 십여 리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상춘객들로 인해서입니다.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하고 만개한 꽃그늘 밑에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그래도 지루해하거나 짜증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개한 벚꽃의 진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길 따라 늘어선 벚꽃은 작은 바람에도 꽃물결을 일으킵니다. 그러든 말든 강은 무심한 듯 유유히 흐릅니다. 수양버들처럼 강가로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벚꽃이 바람에 꽃잎을 떨궈냅니다.

여수바다

갓김

그래도 꽃은 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습니다. 아무리 예쁜 꽃도 만개하면 곧 지고 만다는데, 화사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벚꽃은 작은 바람에도, 빗방울에도 쉬이 꽃잎을 토해냅니다. 지리산을 넘지 못한 바람이 섬진강 계곡으로 들어서면 꽃대궐 이루던 강가에 장관이 펼쳐집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은 마치 함박눈 내리던 겨울날을 연상하게 합니다. 떨어진 꽃잎은 강물 위를 뒤덮거나 첫 순 오르는 차밭 나무에 내려앉아 다시 꽃을 피워냅니다. 이쯤이면 감탄하다 못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자연의 순리라고는 하지만 그 순리에 우리의 삶도 비껴갈 수 없다는 사실이 교차되기 때문이지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섬진강의 장관은 벚꽃만 있는 게 아닙니다. 백운산 넘던 해가 마지막 발광(發光)을 하거나 고요한 밤중에 섬광(蟾光)이 들면 강변 백사장은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눈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섬진강 백사장의 금모래, 은모래 빛은 물결과 함께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장관을 만들어냅니다. 유유자적한 날, 강가의 적당한 곳에 앉아 반짝이는 섬진강 모래빛을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일이 될 겁니다. 꽃대궐이 물러나고 나면 섬진강은 겨울 오던 그 어느 날처럼 다시 고요해질 겁니다. 하지만 강물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낮은 곳을 향해 흘러내리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바위를 돌고 산굽이를 돌며 새로운 사연들을 품고서 남쪽 바다를 향해서 말입니다

강변